BOOKS

不在_김춘수시선 처용

BYEORI ARCHITECTS 2023. 9. 30. 14:32

 

어쩌다 바람이라도 와 흔들면

울타리는 

슬픈 소리로 울었다.

 

맨드라미 나팔꽃 봉숭아 같은 것

철마다 피곤

소리없이 져버렸다.

 

차운 한겨울에도

외롭게 햇살은

靑石 섬돌 위에서

낮잠을 졸다 갔다.

 

할일없이 歲月은 흘러만 가고

꿈결같이 사람들은

살다 죽었다.

 

 

김춘수,  김춘수시선 처용,  1977, <不在>  p.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