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반항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인류 사회가 앞으로 보다 평화스런 행복과 복지를 추구해 나가기 위해서는, 폭력적 투쟁보다 ‘문화적 투쟁’이 치열하게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특히 예술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볼 때, 예술은 더욱더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이 되어야 하고 ‘상상력의 투쟁’이 되어야 한다.
예술은 당대(當代)의 가치관에 순응하는 계몽수단이 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 예술은 언제나 기성도덕에 대한 도전이어야 하고, 기존의 가치체계에 대한 ‘창조적 불복종’이나 ‘창조적 반항’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예술인, 나아가 모든 문화인들은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가슴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다.
진정한 반항인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참된 문화적 생산물은 당세풍(當世風)의 윤리에 대한 반발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창조적 문화인은 당연히 외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창조적 문화인들은 구시대의 가치관과 윤리관을 해체하고 새 시대의 가치관과 윤리관을 제시한다. 문화인이 기존 사회의 지배적 가치관에 봉사하는 자세로만 일관한다면, 그것은 ‘문화인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현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관이 정말 옳은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끊임없이 회의하고 자문(自問)하는 것이 바로 문화인이 할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믿고 있는 것에 대해서, 그것이 정말 진실인지 아닌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가는 것이 바로 문화인의 참된 임무다.
기성도덕과 가치관을 추종하며 스스로 ‘점잖은 교사’를 가장하는 것은 문화인으로서 가장 자질이 나쁜 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문화적 생산물은 백성들을 훈도(訓導)하여 순치(馴致)시키는 도덕 교과서가 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 문화인이 근엄하고 결벽한 교사의 역할, 또는 정치지도자의 역할까지 짊어져야 한다면 문화적 상상력과 표현의 자율성은 질식되고 만다. 문화의 참된 목적은 지배이데올리기로부터의 탈출이요, 창조적 일탈(逸脫)인 것이다.
마광수, <인간>, 해냄출판사, 1999, pp.15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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