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14

나무와 새 사이에서_최승호

나무와 새 사이에서 나무는 땅에 뿌리를 박고 언제나 세계의 중심에 서 있다. 그 리고 자신을 우주적으로 펼치면서도 안정되어 있다. 새는 하 늘에서 날개를 치며 가고 싶은 곳으로 훨훨 날아간다. 묶이 는 바 없이 홀로, 가볍고도 활달한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나 무와 새 사이에서 나는 나무들의 든든한 안정과 새의 드넓은 자유가 부러울 따름인데, 왜냐하면 내 발은 뿌리가 아니요 나의 팔은 날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뿌리도 없고 날개도 없 는 나의 이류중생(異類衆生)에 늑대가 있다. 그는 땅 위를 돌 아다니다 땅 위에서 죽는다. 긴 굶주림 끝에 땅의 것이었던 가죽이며 뼈를 땅에 되돌려 주는 것이다. 어쩌면 삶이라는 것이 광활한 사막에서 떠낸 모래 한 덩이가, 모래들을 덧보 태며 돌아다니다가 인연이 다해 허물어지..

2023.08.17

낚시

1. OOO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 ? 그럴리가 없다 2. 큰일 난 거 같습니다 3. 먹고 살아야지 예술을 하지 4. 이러다 내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 싶어가지고...... '보는 라디오'를 듣다가 귀에 꽂히는 소리를 모아 엮었다. 문장의 바깥 맥락은 물처럼 흐르도록 내버려 두자. 다만,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들이 詩가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섰다. 오전에 대충 끄적이고 어둑어둑 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정리해서 올려 놓는다.

2023.05.03

옥천암 백불(白佛)

누가 나를 불렀나요 그대였나요 툭툭 소리를 내며 떠나던 님의 발자국 소리 귀에 아련히 박힙니다 누가 나를 불렀나요 님이신가요 흐르는 냇물소리인가요 먼 산에서 울어대는 소쩍새 소리인가요 누가 나를 불렀나요 그대였나요 하이얀 바위에 몸을 던져 영원으로 떠난 그대 그대가 나를 불렀나요 바다같은 눈물로 그리워 합니다 옥천암 백불에 담겨진 슬픈 사연을 한 편의 詩로 구성. 답사일 : '23.02.24

202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