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새 사이에서 나무는 땅에 뿌리를 박고 언제나 세계의 중심에 서 있다. 그 리고 자신을 우주적으로 펼치면서도 안정되어 있다. 새는 하 늘에서 날개를 치며 가고 싶은 곳으로 훨훨 날아간다. 묶이 는 바 없이 홀로, 가볍고도 활달한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나 무와 새 사이에서 나는 나무들의 든든한 안정과 새의 드넓은 자유가 부러울 따름인데, 왜냐하면 내 발은 뿌리가 아니요 나의 팔은 날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뿌리도 없고 날개도 없 는 나의 이류중생(異類衆生)에 늑대가 있다. 그는 땅 위를 돌 아다니다 땅 위에서 죽는다. 긴 굶주림 끝에 땅의 것이었던 가죽이며 뼈를 땅에 되돌려 주는 것이다. 어쩌면 삶이라는 것이 광활한 사막에서 떠낸 모래 한 덩이가, 모래들을 덧보 태며 돌아다니다가 인연이 다해 허물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