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의 지겨움-김훈 . . . 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어져서 밥 쪽으로 끌려간다. 저쪽 물가에 낚싯대를 들고 앉아서 나를 건져올리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 자가 바로 나다. 이러니 빼도 박도 못하고 오도가도 못한다. 밥 쪽으로 끌려가야만 또 다시 밥을 벌 수가 있다. . . . 김훈, , 생각의나무, 2008, pp.35~36 BOOKS 2024.03.03
나의 행복론-이호철 “인간은 의욕적으로 감행하여, 마침내 창조함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인간은 모름지기 행동하여 각고 끝에 목표한 것을 획득할 때,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쾌락보다는 행동을 수반한 고통을 택하는 게 차라리 인간답다.” “결국 인간의 행복은 제각기 처한 상황에서 한껏 양껏 행동하는 것, 주어진 자신의 생명력과 에너지를 송두리째 연소시키며 보람 있는 일을 해내는 것, 바로 그 창조행위 속에서 찾아져야 한다.” “요컨대 인간의 행복이란 끊임없는 행동, 끊임없는 움직임, 약동하는 생명의 연소 그 자체이다. 그것은 남이 보기에는 고통이지만 살아 있음의 가장 확실한 증거이다.” “사람은 누구나가 제각기 생긴 만큼, 처한 상황만큼, 행동의 장이 정해지게 마련이다. 그 장의 성질에 따라.. BOOKS 2024.01.18
옛집과 아파트_김훈 일상생활 속에서 공간의 의미를 성찰하는 논의는 늘 무성하다. 개항 이래 이 나라에 건설된 주택과 빌딩과 마을과 도시들은 모두 자연과 인간을 배반했고, 전통적 가치의 고귀함을 굴착기로 퍼다 버렸으며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의 편이 아닌 공간에 강제수용되어 있다는 탄식이 그 무성한 논의의 요점인 듯하다. 비바람 피할 아파트 한 켠을 겨우 마련하고나서, 한평생의 월급을 쪼개어 은행 빚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속에 찬바람이 분다. 마소처럼, 톱니처럼 일해서 겨우 살아가는 앙상한 생애가 이토록 밋밋하고 볼품없는 공간 속에서 흘러간다. 그리고 기기에 갇힌 사람의 마음도 결국 빛깔과 습기를 잃어버려서 얇고 납작해지는 것이리라. 김훈, , 생각의 나무, 2010, pp.142 BOOKS 2024.01.06
인간-마광수 인간은 반항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인류 사회가 앞으로 보다 평화스런 행복과 복지를 추구해 나가기 위해서는, 폭력적 투쟁보다 ‘문화적 투쟁’이 치열하게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특히 예술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볼 때, 예술은 더욱더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이 되어야 하고 ‘상상력의 투쟁’이 되어야 한다. 예술은 당대(當代)의 가치관에 순응하는 계몽수단이 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 예술은 언제나 기성도덕에 대한 도전이어야 하고, 기존의 가치체계에 대한 ‘창조적 불복종’이나 ‘창조적 반항’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예술인, 나아가 모든 문화인들은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가슴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다. 진정한 반항인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참된 문화적 생산물은 당세풍(當世風.. BOOKS 2023.12.19
말의 힘 - 박완서 산문집(열림원,2011) 말의 힘 집에 간단한 수리를 할 때였다. 나는 목수일을 하는 나이 지긋한 이에게 안 물어봐도 될 것을 물어보았다. 아마 말을 붙여보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이것도 해주실거죠 ? 그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당근이죠. 처음엔 못 알아듣고 네? 하고 다시 물었다. 당근이라니까요. 그제야 그게 당연하다는 소리라는 걸 알아들었다. 그가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고 또 그럴 나이도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다. 나중에라도 알아들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서로 민망하게 될 뻔했다. 별로 유행을 탈 것 같지 않은 연령층과 직업인에게까지 당근이 당연으로 일반화됐다는 걸 느끼면서 그럼 정작 당근은 뭐가 되나 걱정이 됐다. 박완서, , "말의 힘"중 일부발췌 p.121~124, 열림원, 2011 글 2023.04.18
드로잉에 대하여 내게 드로잉은 건축의 밑그림이며, 사물의 형태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다. 또한 그 자체가 건축으로 이행하기 위한 원초적 체험이며, 건축으로 연결된 구조의 기본틀이다. 막연한 어떤 입체를, 현실의 형상을 하얀 종이 위에서 천천히 더듬는다. 점과 선을 겹쌓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다 보면 윤곽과 주장을 지닌 입체가, 형상이 나타난다. 그 과정, 즉 점과 선의 중첩과 차단은 다양한 무언의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드로잉 과정은 그리는 사람의 육체에 가장 밀접하기 때문에 정신 상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또한 드로잉은 내 건축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도 있고, 내 삶에 보내는 언어로서 계속 이어지며, 내 사고의 답답함과 호흡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삶의 전모가 기입되는 과정이고, 공간을 향한 기록이 된다. 잔뜩 긴장하고 마.. BOOKS 2021.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