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안 너는 다정했었다.눈[雪]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라일락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그래, 나는 소리 없이 오래 찔렸다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오래 기어서라도,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너의 따스한 불빛 안으로 숨어 들어가다시 한 번 최후로 찔리면서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그리고 지금, 주인 없는 헤진 신발마냥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눈 덮인 꿈속을 떠돌던몇 세기 전의 겨울을. 최승자. (2022).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P.33 *소리없이 오래 찔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