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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보_파블로 네루다

......나는 조용히 거닌다, 두 눈을 가지고, 구두와분노를 지니고, 모든 걸 잊어버리며,나는 걷는다, 사무실 건물들과 정형외과 의료기구상들 사이로,그리고 줄에 빨래가 널려 있는 안뜰들 -속옷, 수건, 셔츠들에서 더러운 눈물이 떨어지고 있는 거길지나서. 파블로 네루다, 정현종 옮김. (2008). 네루다 시선. 민음사. P.26 부분발췌 * 짙은 청색 양장 시집을 두고, 이제나 저제나 책꽂이에 갖혀 나오질 못함을 보았을 때, 이것은 나의 게으름인지 무관심인지 아니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어터진 밍밍한 국수 먹듯 한 번 후루룩 헤치우고 과감히 이 책을 버릴 요양이었다. 눈에 띄는 문장들은 줄을 치고 포스트 잇을 붙여가며 눈으로 익히고 마음으로 새기고, 읽던 흔적들도 기..

BOOKS 2026.10.04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_김영민

정신의 성숙과 생각의 복잡 통상 공부를 결심한 이가 제일 먼저 손대는 게 책읽기다. 그러나 바로 이게 병통이다. 그래서, 레비 스트로스의 지적처럼 '정신의 성숙과 생각의 복잡을 혼동하는 일'이 생겨난다. 어떤 공부에서든 (좋은) 책읽기를 생략할 수 없지만, 책읽기는 언제나 반편의 진실을 보여줄 뿐이다. 내가 '공부하라'고 하면, 우선 그것은, 규칙적으로 달리기나 윗몸일으키기를 한다거나, 걸어 다니면서 일체 타인의 얼굴을 구경하지 않는다거나, 약속에 견결하라거나, 사린(四隣)과 새 관계를 꾸며보라는 등등의 얘기다. 혹은 타인과 더불어 있는 곳에서는 핸드폰을 드러내지 않는다거나, 작고 허무한 일들에 극도의 정성을 들인다거나, 질투와 시기를 자근자근 밟아 죽인다거나, 자신의 말하기나 앉기 ..

BOOKS 2026.09.11

활과 리라_옥타비오 파스

" 글을 쓴다는 것은, 아마도 언젠가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던져서, 그에 대해 답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는 질문에 대답하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이외에 더 적절한 정의는 없을 것이다. " 옥타비오 파스. (2007). 활과 리라. 솔출판사. 5 * 첫 페이지, 첫 문장에 손 끝이 저릿하고, 쉰 새벽 번개의 출현만큼 장엄한 글을 발견하여, 그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아 이렇게 둔탁하게 기록한다. 일단은 기록 자체가 중요하니까......중요하게 다루는 지점은, 시작 글에서 "글을 쓴다는 것~"을 "건축을 한다는 것~"으로 바꿔도 문장 전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라는 것. 오히려, 건축설계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건축이란" 어쩌고 저쩌고 중언부언 하는 것 보다, 훨씬 ..

BOOKS 2026.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