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15

"건축가"

한 사람이 어떤 사물을 만드는 방식은 개인적이지만, 그가 행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속할 수 있다. 당신의 가장 위대한 가치는 당신이 어떤 주인으로서의 행세를 요구하지 않을 때이며, 당신에게 속하지 않는 것을 맡아서 할 때, 바로 그것이 가장 귀중한 것이다. 당신이 진정으로 제공해야 하는 것은 당신의 다음 작품 속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또한 당신이 행해온 것이 항상 불완전하다는 것을 느낀다. 한 개인은 그의 작품보다 위대하기 때문에 심지어 바흐같은 위대한 작곡가 -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이 어떤 사람에게나 속하는 것을 행한 사람 - 조차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죽어갔다. 그는 진정 영원한 생명을 가질 것이다. 나는 건축가가 되기 위하여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믿는다. 한 인간의 영혼이 담긴 ..

BOOKS 2023.09.22

"즐거움"

나는 모든 것들 중에서 즐거움(JOY)을 가장 먼저 느꼈다. 나는 즐거움을 구성하는 것을 느꼈고, 또한 즐거움 그 자체가 어떤 추진력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우리가 존재하기도 전에 즐거움은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느꼈고, 우리 자신을 만드는 모든 구성 요소에도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세상이 어떤 형상의 방향을 잡기 전, 일종의 액체와 같은 상태였을 때, 즐거움의 힘은 모든 곳에 널리 퍼져 있었고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즐거움이란 단어는 가장 예측할 수 없는 단어로 변해 갔다. 만약 내가 화가가 되어 큰 재앙을 표현하고자 한다면, 즐거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은 채 화판에 칠을 하면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건물을 만들 수 없을 것이..

BOOKS 2023.09.19

드로잉에 대하여

내게 드로잉은 건축의 밑그림이며, 사물의 형태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다. 또한 그 자체가 건축으로 이행하기 위한 원초적 체험이며, 건축으로 연결된 구조의 기본틀이다. 막연한 어떤 입체를, 현실의 형상을 하얀 종이 위에서 천천히 더듬는다. 점과 선을 겹쌓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다 보면 윤곽과 주장을 지닌 입체가, 형상이 나타난다. 그 과정, 즉 점과 선의 중첩과 차단은 다양한 무언의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드로잉 과정은 그리는 사람의 육체에 가장 밀접하기 때문에 정신 상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또한 드로잉은 내 건축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도 있고, 내 삶에 보내는 언어로서 계속 이어지며, 내 사고의 답답함과 호흡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삶의 전모가 기입되는 과정이고, 공간을 향한 기록이 된다. 잔뜩 긴장하고 마..

BOOKS 2021.10.06

움직이는 기하학

루이스 칸(Louis Isadore Kahn, 1901.02.20~1974.03.17)을 한 걸음 더 알고 싶다면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앞뒤 문맥에 대한 설명은 눈에 띄는 문장을 인용한다. " 가장 중심적인 생각은 전체의 주택을 각각의 개별적인 단위 공간들로 '분리'한 뒤 이 분리된 단위들을 늘어 놓아 다시 전체를 구성한다는 개념일 것이다. p.72 " . "기하학을 주요한 도구로 삼아 이루어지는 건축 디자인은 다분히 칠교놀이와도 같아서 임의로 변경 할 수 없는 규정성과 수업이 반복되는 헛된 시도들, 직관과 경험에 의지하는 조작과 판단, 그러는 도중에 불현듯 만나게 되는 의도하지 않았던 발견들로 점철된 고급의 지적 유희와 다름 없어 보인다. p. 142" . *칠교놀이 : 칠교도(七巧圖)의 일곱가지..

BOOKS 2021.10.01

건축가 없는 건축

ㅍ우리들이 알고 있는 건축사는 사회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로 편견에 가득 차 있다. 실상 건축의 역사는 권력과 부를 누렸던 건축계의 거장들에게 편중된 기록에 불과하며 특권 계급의, 특권 계급에 의한, 특권 계급을 위한, 건축의 총화다. 그 아랫 계급의 집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언급도 없다. ... "건축가 없는 건축"은 전통적인 건축의 계보에 기록되지 않은 낯선 세계를 소개함으로써 우리들이 지녀온 편협한 건축 예술의 개념을 무너뜨리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 서문에서 일부 발췌 」

BOOKS 2021.08.23

아키텍트

그 사회는 건축가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였는가 ? 건축가와 패트런(Patron,후원자) 간의 연대는 울름 대성당(1377)의 기념 액자에 충격적인 모습으로 그려져있다. 여기에는 시장 부부가 교회 모형을 건축가의 어깨에 올려 놓고, 건축가는 그 모형을 지탱하기 위하여 몸을 굽힌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건축물이나 건축사상, 도시 역사를 다룬 책들은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그것들을 만들어낸 개개의 건축가들을 다룬 책은 아무래도 이 책이 유일무이하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 우리의 경우,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쳐 광복이후 근대 역사를 생각해봐도 그 시대를 거쳐간 건축가들의 이름은 거의 알려진 바 없고 자료도 미미 할 뿐더러 사회는 그들을 궁금해 하지도 않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BOOKS 2021.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