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에 대하여
내게 드로잉은 건축의 밑그림이며, 사물의 형태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다. 또한 그 자체가 건축으로 이행하기 위한 원초적 체험이며, 건축으로 연결된 구조의 기본틀이다. 막연한 어떤 입체를, 현실의 형상을 하얀 종이 위에서 천천히 더듬는다. 점과 선을 겹쌓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다 보면 윤곽과 주장을 지닌 입체가, 형상이 나타난다. 그 과정, 즉 점과 선의 중첩과 차단은 다양한 무언의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드로잉 과정은 그리는 사람의 육체에 가장 밀접하기 때문에 정신 상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또한 드로잉은 내 건축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도 있고, 내 삶에 보내는 언어로서 계속 이어지며, 내 사고의 답답함과 호흡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삶의 전모가 기입되는 과정이고, 공간을 향한 기록이 된다. 잔뜩 긴장하고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