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
집에 간단한 수리를 할 때였다. 나는 목수일을 하는 나이
지긋한 이에게 안 물어봐도 될 것을 물어보았다. 아마 말을
붙여보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이것도 해주실거죠 ? 그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당근이죠. 처음엔 못 알아듣고 네?
하고 다시 물었다. 당근이라니까요. 그제야 그게 당연하다는
소리라는 걸 알아들었다. 그가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고 또 그럴 나이도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다. 나중에라도
알아들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서로 민망하게 될 뻔했다.
별로 유행을 탈 것 같지 않은 연령층과 직업인에게까지 당근이
당연으로 일반화됐다는 걸 느끼면서 그럼 정작 당근은 뭐가 되나
걱정이 됐다.
박완서, <박완서 산문집, 호미> , "말의 힘"중 일부발췌 p.121~124, 열림원,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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