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국 문학의 참된 보배들은 아무리 번역을 해도 저들이 쉽게 이해하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개인적 생각으로 김수영은 20세기의 시성(詩聖)이지만, 그의 시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서구인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실존적 경험이나, 적어도 이에 상응하는 깊은 고민을 요구한다. 가난뱅이의 체취가 묻은 작품을 부자가 좋아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몸을 굽혀가면서 저들의 기호를 의식하고 거기에 맞출 필요가 있는가 ? .. 문학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약이 될 수 있다면 그 약은 아픈 사람에게 먼저 필요할 것이다. 박노자, , 한겨레출판, 2006, pp.5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