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갑신일(甲申日) 정사와 가마를 함께 타고 삼류하를 건넜다. 냉정冷井에서 아침을 먹었다. 10리 남짓 가서 산모롱이를 접어들었을 때였다. 태복이가 갑자기 몸을 조아리며 말 앞으로 달려 나오더니, 땅에 엎드려 큰 소리로 아뢴다. "백탑白塔이 현신함을 아뢰옵니다." 태복은 정진사의 마두다. 산모롱이에 가려 백탑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재빨리 말을 채찍질했다. 수십 걸음도 못 가서 모롱이를 막 벗어나자 눈앞이 어른어른하면서 갑자기 한 무더기의 검은 공들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나는 오늘에야 알았다. 인생이란 본시 어디에도 의탁할 곳 없이 다만 하늘을 이고 땅을 밟은 채 떠도는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을 세우고 사방을 돌아보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을 들어 이마에 얹고 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