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_함민복

BYEORI ARCHITECTS 2023. 8. 2. 10:36

옥탑방

 

눈이 내렸다

건물 옥상을 쓸었다

아파트 벼랑에 몸 던진 어느 실직 가장이 떠올랐다

 

결국

도시에서의 삶이란 벼랑을 쌓아올리는 일

24평 벼랑의 집에 살기 위해

42층 벼랑의 직장으로 출근하고

좀더 튼튼한 벼랑에 취직하기 위해

새벽부터 도서관에 가고 가다가

속도의 벼랑인 길 위에서 굴러 떨어져 죽기도 하며

입지적으로 벼랑을 일으켜 세운

몇몇 사람들이 희망이 되기도 하는

 

이 도시의 건물들은 지붕이 없다

사각 단면으로 잘려 나간 것 같은

머리가 없는

벼랑으로 완성된

옥상에서

招魂하듯

흔들리는 언 빨래소리

덜그럭 덜그럭

들린다

 

 

 

 

함민복.2005.<말랑말랑한 힘> 문학세계사. p.28~29

*招魂(초혼) - 죽은 사람의 혼을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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