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눈이 내렸다 건물 옥상을 쓸었다 아파트 벼랑에 몸 던진 어느 실직 가장이 떠올랐다 결국 도시에서의 삶이란 벼랑을 쌓아올리는 일 24평 벼랑의 집에 살기 위해 42층 벼랑의 직장으로 출근하고 좀더 튼튼한 벼랑에 취직하기 위해 새벽부터 도서관에 가고 가다가 속도의 벼랑인 길 위에서 굴러 떨어져 죽기도 하며 입지적으로 벼랑을 일으켜 세운 몇몇 사람들이 희망이 되기도 하는 이 도시의 건물들은 지붕이 없다 사각 단면으로 잘려 나간 것 같은 머리가 없는 벼랑으로 완성된 옥상에서 招魂하듯 흔들리는 언 빨래소리 덜그럭 덜그럭 들린다 함민복.2005. 문학세계사. p.28~29 *招魂(초혼) - 죽은 사람의 혼을 부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