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2

긍정적인 밥_함민복

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2011, p.94

BOOKS 2023.09.26

옥탑방_함민복

옥탑방 눈이 내렸다 건물 옥상을 쓸었다 아파트 벼랑에 몸 던진 어느 실직 가장이 떠올랐다 결국 도시에서의 삶이란 벼랑을 쌓아올리는 일 24평 벼랑의 집에 살기 위해 42층 벼랑의 직장으로 출근하고 좀더 튼튼한 벼랑에 취직하기 위해 새벽부터 도서관에 가고 가다가 속도의 벼랑인 길 위에서 굴러 떨어져 죽기도 하며 입지적으로 벼랑을 일으켜 세운 몇몇 사람들이 희망이 되기도 하는 이 도시의 건물들은 지붕이 없다 사각 단면으로 잘려 나간 것 같은 머리가 없는 벼랑으로 완성된 옥상에서 招魂하듯 흔들리는 언 빨래소리 덜그럭 덜그럭 들린다 함민복.2005. 문학세계사. p.28~29 *招魂(초혼) - 죽은 사람의 혼을 부름

2023.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