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공간(公共 空間 ) .. " 고대 도시의 광장같이 공공 공간은 명백히 거주자들이 모이고 그 스스로 정체성을 갖는 중심 공간이다. 그것은 또한 각 개인의 사회화와 대면을 위한 장소이자 상징이 층층이 쌓이고, 기억이 집합되며, 기능이 중첩되고, 활동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 지은이:프랑코 만쿠조, 책임편집:김석철 , 생각의 나무, 2009, pp.18~19 BOOKS 2024.09.06
감옥으로부터의 사색_신영복 1979년 2월 2일, 대전에서아름다운 수의(囚衣).. 이번 겨울은 한온(寒溫)이 무상하여 앞날씨를 측량키 어렵습니다. 저희는 제일 추운 날씨를 표준하여 옷들을 입고 있습니다. 호한(冱寒)에는 볼품이 없어도 솜이 든 저희들의 수의(囚衣)가 신사들의 옷보다 훨씬 '아름다와' 보입니다. '아름다움'이란 바깥 형식에 의해서라기 보다 속 내용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규정되는 법임을 확인하는 심정입니다. .. 신영복, , 햇빛출판사, 1990, pp.233~234 BOOKS 2024.08.30
冊-근대건축은 왜 실패하였는가 초고층 건물의 환상.... 그렇게 하여, 인간의 조건과의 정열적인 관련에서 싹튼 근대건축운동은 초고층건물을 통하여 부동산투기자의 으뜸가는 변호자가 되고 말았다. 콘스탄티노스 독시아데스를 알고 있던 ‘워싱턴 포스트’지의 평론가 월프 본 엑카르트는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였던 독시데스가 1971년의 한 회의에서 “나의 가장 큰 죄는 고층건물을 지은 일이다”라고 말했다고 최근에 인용하였다.그리고 독시아데스는 그가 이전에 고백하였던 “죄”를 이렇게 들어 말하였다. “ 첫째, 과거의 가장 성공적인 도시는 인간과 건물이 자연과 더불어 어떤 균형을 이루는 곳이었다. 그러나 고층건물은 자연을, 또는 현대적인 말로 환경을 거역하고 있다. 그것은 경관의 규모를 파괴하고 정상적인 공기의 순환을 방해한다. 그리.. BOOKS 2024.08.15
아내의 상자_은희경 언제 봐도 단정한 아파트 단지의 창문들, 언제 봐도 그린 듯이 정확히 배치된 놀이터와 벤치와 나무와 주차 라인과 보도블럭. 상가 앞에 오가는 사람들도 언제 봐도 그렇게 정한 듯이 몇 명. 비슷한 비닐봉지, 비슷한 옷차림. 하늘도 언제 봐도 대충 그런 색의 지루한 안정의 빛이고 공기의 냄새마저도 도식적이라고 아내는 말했다. 은희경, , 문학사상사, 1998, p.32 BOOKS 2024.08.01
언니의 폐경_김훈 " 자신의 생에 앞에 펼쳐지는 시간의 풍랑을 소리 없이 받아들이는 자의 고요함이었다. " 김훈, , 중앙일보/문예중앙, 2005, p.46 BOOKS 2024.07.31
부끄러운 짝사랑_박노자 ..그러나 한국 문학의 참된 보배들은 아무리 번역을 해도 저들이 쉽게 이해하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개인적 생각으로 김수영은 20세기의 시성(詩聖)이지만, 그의 시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서구인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실존적 경험이나, 적어도 이에 상응하는 깊은 고민을 요구한다. 가난뱅이의 체취가 묻은 작품을 부자가 좋아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몸을 굽혀가면서 저들의 기호를 의식하고 거기에 맞출 필요가 있는가 ? .. 문학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약이 될 수 있다면 그 약은 아픈 사람에게 먼저 필요할 것이다. 박노자, , 한겨레출판, 2006, pp.59~60 BOOKS 2024.04.22
부석사 무량수전-최순우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 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히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번이고 자문자답했다. 최순우, , 학고재, 2002, pp.78 BOOKS 2024.03.07
밥벌이의 지겨움-김훈 . . . 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어져서 밥 쪽으로 끌려간다. 저쪽 물가에 낚싯대를 들고 앉아서 나를 건져올리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 자가 바로 나다. 이러니 빼도 박도 못하고 오도가도 못한다. 밥 쪽으로 끌려가야만 또 다시 밥을 벌 수가 있다. . . . 김훈, , 생각의나무, 2008, pp.35~36 BOOKS 2024.03.03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개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 BOOKS 2024.02.25
사색 - 이문열 젊음 1. 시계의 초침소리를 듣는 데 소홀하지 말아라. 지금 그 한 순간 순간이 사라져 이제 다시는 너에게 돌아올 곳 없는 곳으로 가버리고 있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해라. 한 번 흘러가버린 강물을 뒤따라 잡을 수 없듯이 사람은 아무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날 수 없다. 5. 보다 확실하게 알기 위해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릴 것. 더욱 큰 가치를 붙들기 위해 이미 접근해 있는 모든 가치로부터 떠날 것. 미래의 더 큰 사랑을 위해 현재 자질구레한 애착에서 용감히 벗어날 것. 12. 싸워라, 지금까지 너는 언제나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쳤다. 이번만은 싸워 얻어라. 17. 절망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치열한 정열이었으며 구원이었다. 이문열, , 도서출판 살림, 1991 BOOKS 2024.02.22